코드스테이츠 section2 회고

회고 · 2021. 8. 30. 01:13

매일의 멘붕, TOY

섹션2의 가장 큰 변화는 토이였다. 매일 아침 TOY를 풀면서 좌절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section1에서 맛보지 못했던 엄청난 장벽이었다.

처음엔 얼마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보고 레퍼런스를 봐야 하는지 기준을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고민조차 없어졌다. 레퍼런스를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귀.. 재귀... 재귀... 새벽 3시에 디버거를 돌려가며 수십개의 스택을 뱉어내는 코드를 겨우 이해했을 때의 그 허탈감이란.

section1때는 어느 정도 노력하면 됐었는데, section2에서 토이를 풀면서부터 노력에 응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효능감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크루분과의 커피타임이 내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분은 내게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토이를 그냥 '레퍼런스 읽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는 거였다. 물론 스스로 고민을 해 본 뒤에 말이다. 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이 꼭 몇시간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셨다.

그 말에 의지해 멘탈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어느 정도 토이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게 됐던 것 같다. 지금도 토이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멀리 보고 공부하면 되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백엔드의 맛

section2에서 나를 멘붕에 빠지게 한 건 당연히 토이만은 아니었다. 서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공식문서 읽기의 고통을 알게 됐다. 그전까지 읽었던 공식 문서라곤 리액트나 mdn이 대부분이었고, 이 문서들은 익숙해지면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을 뿐더러, 관련 한글 레퍼런스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node, Express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공식 문서의 불친절함, 디버깅의 어려움, 관련 레퍼런스 부족.. 삼 박자의 조화로 정말 하루종일 뭘하는지 모르면서 코드를 이리저리 고치기만 한 적도 있었다.

자연스레 삽질하는 방법도 늘었다. 키워드를 바꿔가며 영어로 구글링을 하고, 유튜브에서 튜토리얼을 찾아보고, 에러 메시지를 구글링해보고, 스택 오버플로우와 아고라 스테이츠를 들락날락하고.... 그래도 안 되면 욕을 하고 잠깐 쉬고... 기도를 하고... 코드스테이츠를 원망하고...

그러다가 오아시스와도 같은 오피스아워 시간이 찾아오면 정말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시원해지고 세상이 살만해지는... 그런 날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지나서 서버를 정말 간단하게나마 구현했을 때 너무너무 뿌듯하고 기뻤고, 백엔드가 좋다!!! 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프론트에 이만큼 애정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하지만 이후 리덕스와 Styled Component를 배우면서 프론트의 광활한 바다에서 헤엄치면서.. 세상은 넓고 개발은 끝이 없으며 프론트든 백이든 하나 정해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결론은 여전히 고민중이라는 이야기~

HA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

유대형님 덕분이었다. 이렇게 실명을 거론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 기수에선 네임드시니까~. 대형님이 HA를 이틀인가 앞두고 줌에서 코칭을 해주셨는데... 무려 12시간의 마라톤 알고리즘 강의였다.

개념 설명 + 라이브 코딩 위주로 진행됐는데, 정말 몇 번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설명해주셔서 찜찜한 느낌 없이 이해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특히 DFS/BFS를 대충 구현할 줄은 알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왜 사용하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림을 그려가며 너무 명쾌하게 설명해주셔서 개안되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려고 다짐을 했었는데....

사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많은 동기분들께 신세를 지기도 하고 도움을 드리려고 애를 쓰기도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이유없는 수혜..를 입은 것은 처음이었다. 쉬는 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나서서 동기들을 도와주려 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알고리즘을 정말 쉽게 설명해주셔서 또 충격적이었다.

대형님 세션을 듣고 심적, 지적으로 자극을 받아서 다음날 새벽까지 자료구조/알고리즘 코플릿을 다시 풀면서 체화하지 않았다면 HA를 통과 못했을 수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루틴, 멘탈, 체력

코딩은 엉덩이로 하는 거다. section2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잘하는 동기분들을 보면서 더 많이 하게 된 생각이다. 내가 전공자도 아니고, 재능충도 아니라면... 꾸준히, 존버하는 수밖엔 없는 거다. 개발 하루 이틀 할 거 아니니, 길게 보고 멀리 봐야 한다. 그러려면 체력, 멘탈, 루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페어분들에게 학습법, 학습량 등을 물어보고 자극을 받아서 며칠간 무리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그런 단기간의 열정에는 한계가 있고 무리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체감했다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러기 위해선 루틴을 사수해야 한다. 처음엔 내가 루틴을 만들지만, 나중엔 루틴이 나를 일하게 한다. 지금도 루틴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내게 맞는 최선의 루틴을 찾아서 프로젝트 기간까지 쭉 번아웃없이 가고 싶다.

멘탈... 멘탈은 사실 section2에서 워낙 많이 너덜너덜해져서, 요즘은 쉴 때 잘 쉬기, 놀 때 잘 놀기에 집중하고 있다. 쉬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쉬는 시간에 다른 생각 안 하고 휴식에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결국 다시 학습에 집중하는 원동력이 되니까. 터닝이 빠른 사람이 되자. 쉴 땐 쉬고 할 땐 하기. 못하겠으면 죄책감 없이 쉬고, 다시 할 수 있을 땐 최선을 다해서 불태우기.

코로나를 핑계로 운동을 조금 게을리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치만, 헬스장 가지 않고도 집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홈트를 하면서 잠깐이라도 땀을 내고 혈액순환을 시켜줘야 몸이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공부하는 뇌도 결국 몸이야... 운동은 뇌에 먹이주는 일이다. 운동 안 하면 뇌가 멍해진다. 정말로. 알고리즘이 안 풀릴 때? 공식문서가 이해 안 될 때? 이유없이 집중 안 되고 졸릴 때? 그냥 무기력할 때? 외로울 때? 미래가 불안할 때? 운동하자. 운동하고 샤워하면 놀랍도록 상태가 좋아진다. section3에선 좀 더 움직이는 내가 되길.